이은상 《 동무생각 》

+ 변칙적이고 함축적인 것도 오묘한 매력이겠지만 역시, 시의 진국은 운율감과 리듬이다. 굳이 소리내어 읽지않아도 될테지만 왠지 입 밖으로 한글자 두글자씩 발음하게 만드는 오밀조밀한 단어들. 한가로운 바람이 오고가는 외대역 앞 의자에 조심스레 걸터앉아 짐짓 주위를 살펴보고 카랑카랑한 목청을 한차례 곱게 가다듬은 뒤에 살짝만 소란스러울 정도의 크기로 조심스레 낭랑한 단어들을 이리저리 혀로 굴려보는 것이, '소설' 과는 결코 빗댈 수 없는 '시' 만의 매력. 이은상 시인이 불러보았던 동무의 이름은 한 때 자신의 절친한 벗이었을까, 아니면 그 벗과 손을 잡고 떠난 귀밑머리 푼 아내였을까. 그가 누구를 그리워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연심마저 시 속에 묻어줄 남편을 만난 것도 그 여인네 복이리라. 밤의 장안과 같은 내 마음에도 언젠가 청라언덕처럼 따스한 봄내음 풍기며 저녁 조수를 같이 바라보고 싶은 고운 사람이 생길거다. 아마.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더운 백사장에 밀려들오는 저녁 조수 위에 흰새 뜰 적에

나는 멀리 산천 바라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저녁 조수와 같은 내 맘에 흰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 위에 뛰놀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서리바람 부는 낙엽 동산 속 꽃진 연당에서 금새 뛸 적에

나는 깊이 물속 굽어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꽃진 연당과 같은 내 맘에 금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뛰놀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소리없이 오는 눈빛 사이로 밤의 장안에서 가등 빛날 때

 나는 깊이 성궁 쳐다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노래 부른다
밤의 장안과 같은 내 맘에 가등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빛날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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