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상 《 동무생각 》


변칙도 함축도 매력이지만, 역시 '시' 라고 고개를 끄덕이려면 운율과 리듬이 우선이다.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어보게 만드는 오밀조밀한 단어들. 손마디 처럼 몽당한 단어를 혀로 굴려볼 때면, 줄글과 다른 매력이 솟구침을 확신할 수 있다. 이은상 시인이 불러보았던 이름은 절친한 벗의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 벗과 손을 잡고 떠난 아내였을까. 누구를 그리워했을지 알 길 없지만, 많은 말들을 싯구 몇 줄에 묻어두는 남편을 만난 것도 그 여인네 복이다. 밤의 장안과 같은 내 마음에도 저녁 조수를 같이 바라보고 싶은 고운 사람이 생기기를.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더운 백사장에 밀려들오는 저녁 조수 위에 흰새 뜰 적에

나는 멀리 산천 바라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저녁 조수와 같은 내 맘에 흰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 위에 뛰놀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서리바람 부는 낙엽 동산 속 꽃진 연당에서 금새 뛸 적에

나는 깊이 물속 굽어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꽃진 연당과 같은 내 맘에 금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뛰놀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소리없이 오는 눈빛 사이로 밤의 장안에서 가등 빛날 때

 나는 깊이 성궁 쳐다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노래 부른다

밤의 장안과 같은 내 맘에 가등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빛날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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