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 사피엔스는 이제 신이 되려 한다 》


  우리가 얻게 된 막대한 힘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누구이고,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역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인류를 되돌아보게 해줍니다. 사람들은 흔히 미래를 예측하거나 과거의 실수에서 배우기 위해 역사를 공부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거로부터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역사를 공부해야 합니다. 우리 각자는 특정 규범과 가치의 체계, 특정한 경제,정치 질서에 의해 지배받는, 특정 세계 속에서 태어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가 태어난 주변의 현실을 자연적이고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대로 살고 있는 삶의 방식을 유일한 가능태라고 쉽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는 세계가 사실은 역사적으로 우연한 사건들의 결과물이라는 사실, 그것들이 우리의 기술,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리가 생각하고 꿈꾸는 방식까지 조건 지운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 뒷덜미를 잡혀 우리의 눈은 오직 한 가지의 가능한 미래로만 향하게 됩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과거의 손아귀에 잡혀 있기에 그런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목적은 이 손아귀를 느슨하게 하고, 우리 머리를 좀 더 자유롭게 사방을 둘러볼 수 있게 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더 많은 가능한 미래들을 볼 수 있게 하는 데 있습니다. 역사를 모르면, 역사의 우연적인 것들을 우리의 진정한 본질이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가령, 우리 자신을 이스라엘이나 한국 같은 특정 국가에 속하는 존재로만 생각하게 만듭니다. 또 어떤 종교를 믿거나, 자유주의에서 말하는 완전히 독립된 개인으로만 보게 할 뿐입니다.



  하지만 민족주의나 개인주의, 인권 그리고 대부분의 종교는 사실상 역사적으로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것들입니다. 18세기 이전만 해도 민족주의는 힘이 약했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민족이 독립적인 삶을 살게 된 지는 100년이 채 안 됐습니다. 개인이라는 것도 근대 국가와 근대 시장에 의해 전통 가족과 공동체의 힘에서 벗어나려는 투쟁 속에서 형성된 것입니다. 인권 역시 지난 3세기에 걸쳐 발명된 이야기입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아무 근거가 없습니다. 우리 DNA에는 아무런 자연권도 새겨져 있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종교도 지난 2000-3000년 사이에 생겨났으며, 특히 지난 몇 세기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거친 것입니다. 오늘날 유대교나 기독교는 2000년 전 모습과는 매우 다릅니다. 그것들은 '영원한 진리' 가 아니라 인간의 창조물입니다.



  물론 이 창조물 중 어떤 것들은 아주 이로운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자신에 관한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그런 모든 인간적인 창조물을 넘어설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가 그토록 제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제가 역사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은 그 이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우연적인 역사적 사건들의 결과물이 아닌 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 <궁극의 인문학> 中 유발 하라리와의 인터뷰 부분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 에서 제시한 밈유전자 아이디어에 상당히 공감하는 편이다.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인간이 '문화' 라는 형태로 종의 번영과 영속을 꾀한다는 점을 '유전자' 행태로 비유한 부분이 몹시 흥미로웠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를 일독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추측이지만, 아마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역사는, 우연과 선택의 산물로 이뤄진 우발적 침전물이니까, 그걸 하나의 고착화된 특성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쉽게 말해 역사는 거들뿐, 주체가 되는 우리의 사명감이 훨씬 더 중하다는 소리. 민족주의적 역사관을 정반대로 깨부수는 주장일진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매우 기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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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안녕하세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어렵게 어렵게 읽고 정리도 할 겸 찾아왔는데 작가의 좋은 인터뷰가 있네요 책이 아닌 전자책이라서 그런지..... 내용이 어려운건지 몇달 동안 힘들게 읽고 내용도 가물가물하고 그런데 인터뷰 글을 보고 조금씩 기억이 떠오르네요 잘 보고 갑니다. 우연과 선택의 침전물이 지금의 문화라는 말은 참 이쁘게 잘 쓰신것 같아요

    • 사피엔스는 띄엄띄엄 읽으면 안되는 책 같은데, 저는 그렇게 읽고 있습니다. 잊을만 하면 다음 꼭지를 읽고 그런 식이어서 머릿속에 내용이 각각 둥둥 떠다녀요 -_-;; 인터뷰를 보니 조금 그때의 느낌이라던가, 작가의 전반적인 방향이 보여 좋습니다. 괜찮은 작가입니다. 표현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는 그냥 이렇게 써야지 했던것 같은데, 콕짚어 말씀해주시길래 다시 읽어봤더니, 용케 멋진 말을 (???) 써놨었구나 하고 으쓱하게 되네요 ㅋ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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