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여성, 부동산대책


1. 나이가 들수록 블로그에 나의 생각을 쓰는 일이 드물어진다. 책을 읽고 감상을 이야기 하는 것과, 영화를 보고 평하는 것, 음식점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불평하는 것들에는 관대하지만, 정책이나 가십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는 굉장한 '반발' 이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이나 감정 대립은 둘째치고, 내적으로도 민망하고 부끄럽다. 자신있게 드러낸 의견이나 논지에도 타인의 시선을 빌려 읽어보면 골다공증 걸린 환자의 정강이마냥, 구멍이 숭숭 뚫려있음을 알게되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나는 비전문가니까 괜찮다는 말로 자위할 뿐이다.



2. 소소한 근황부터 털어놓자. 이빨을 뺐다. 정확히는 잇몸 사이에 잘 감추어져 있던 매복 사랑니 3개를, 비트코인 채굴하듯 힘들게 꺼내어냈다. 치과 선택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인에게 추천받은 연세인스타일병원과 남자친구가 한번 뽑아보고 감명받은 잎사귀 치과, 2개 중에서 고를 예정이었다. 전자 쪽에 마음이 갔지만, 혹여 의료사고라도 났다가 지인의 지인과 드잡이라도 할까봐 (쓸데없는 망상임) 잎사귀 치과를 골랐다. 사랑니 전문 치과로서 명성이 자자하여 도저히 원하는 시간을 잡을 수 없었다. 결국 주말 아침에 내방했다.


접수대에서는 난처해하면서 '막무가내로 오시면 안되고요~ 예약을 하셔야~' 라고 말했는데, 이미 주중에 두어번 거절을 당해본 경험을 이야기하자 '기다리셔야 되는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어요' 라는 답변을 듣고 널찍한 쇼파에 주저 앉았다. 나는 여러가지로 긴장해 있었는데, 첫째는 치과에서 이빨을 발치해 본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아래에 대충 주차해두고 온 자동차였다. 주차장 아저씨가 '자네 차는 suv 라 기계식 주차를 못 하네, 봐주고있을테니 얼른 다녀오게.' 라고 하셨는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빨리 가긴 글러 보였다.



딱지를 끊거나 최악의 경우엔 견인도 각오해야한다. 자리를 비우면 곧바로 내 순서를 지나칠 것 같은 불안까지 가세해, 바로 앞에 있는 현대백화점 주차장을 쓸걸 하고 통탄하고 있는데 왠걸. 이름이 불렸다. 추측컨대 오전에 예약한 늦잠꾸러기 환자가 내원을 포기한게 아닐런지. 사실 금일은 원장선생님과 진료만 보고, 광복절 전후로 있는 휴일을 전후로 예약을 잡아 천천히 요양을 해보겠다는 것이 야심찬 계획이었다. 허나 엑스레이 사진을 보신 원장님이 시원시원하게, 힘들게 오신것 같은데 그냥 오늘 뽑아버리죠, 자신있게 권유한다.


사실 통증이 있어서 치과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스케일링을 받으러 동네 치과에 갔는데 충치가 있대서 놀란 나머지 치료를 받았고, 그 와중에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생전 처음보는 사랑니가 네개나 있었다. 10대 후반만 해도 없었으니까, 어느날 자란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데 가만보니 살 속에 잠복해 있어 눈에 띄지 않았던 듯 하다. 심지어 아래 두개는 드러누워 있기까지 했고, 윗니 하나도 어금니와 찐한 스킨십을 즐기고 있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이 녀석들이 양옆에서 압력을 주다보니 가운데 이빨들이 서서히 틀어지는 중이렸다.


왼쪽 윗니는 멀쩡하게 잘남. 오른쪽 윗니는 살짝 틈이 보여 썩기 좋음. 아래 양쪽니는 매복에 누웠음. 살 속에 파묻혀 겉으로 노출되진 않았음.


가까운 곳에서 발치하고 싶었지만, 동네 병원에선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면서 신경을 건드릴 수도 있으니 전문 병원이나 대학 병원에 가서 뽑으라고, 그 후에 교정을 논해보자고 하셨다. 곰곰히 따져보니 그동안 내가 치과를 무서워하지 않고 찾아갔던 것은 용케 아프기 전에 치료한 덕분이고 그렇다면 사랑니로 그 신화를 이어나가자 싶었다. 주위에서 사랑니는 헬게이트를 보여준다고 겁을 줬지만, 남자친구가 뽑는 것을 보았으므로 '괜찮아, 며칠 시큰거리면 돼' 정도의 자신감도 있었다. 그래서 당장 세개를 전부 뽑겠노라 말씀드렸다.


지금에서야 말이지만, 원장 선생님의 미소 뒤로 흔들리는 눈동자를 발견했다. 뽑는거야 상관없지만, 환자 본인이 나을 때까지 굉장히 고생할거라 별로 추천하지 않는데 어떻게 할래요? 잠시 흔들렸지만, 고통을 가늠할 수 없는 이 행위가 한 주걸러 두어번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그냥 한방에 고생하기로 결정했다. 혹시몰라 CT를 찍고 신경을 크게 건드리지 않는 모양인지 곧바로 발치가 이어졌다. 소세지만한 주사기가 두어번 시야에 왔다갔다 하면서 마취를 했고, 목이 땡땡 부어서 흡사 편도선염에 걸려 숨쉬기 어려운 자의 느낌이 되었다.


요새는 치과가 이렇게나 환하고 쾌적합니다. 비싸보이는 의자가 9개나 있고, 전면 유리창임. 어차피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만 ㄷㄷ


마취 기운이 다 퍼졌는지도 모르는 시점에 대뜸 의자가 눕혀지고, 집도가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편하게 첫번째 윗사랑니가 사라졌다. 뭘 좀 흔들고, 갈고, 후비는 정도랄까. 두번째 이빨을 뽑고선 원장님께서 '생각보다 피가 많이 나니까 나머지는 빨리 뺍시다' 라는 말씀을 하셔서 괜히 긴장했다. 세번째 이빨도 흔쾌히 세상에 작별을 고함으로써, 두개는 예쁘게, 한개는 쪼개진 채로 끝이 났다. 입 안에 거즈가 마구 우겨넣어졌고, 피가 많이 나니까 압박 잘 하라는 주의를 들었다. 수술 직전과 직후에 카톡을 했는데, 셈 해보니 15분 걸렸더라.


모르긴 몰라도 두세시간 아닌게 어디냐 싶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차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웃으며 내려왔다. 비용은 13만원 중반이었는데, 딱히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걱정스러워하는 남자친구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우리집까지 말짱히 운전을 했다. 집에 바로 들어가긴 아쉬우니까 부암동 들러서 떡도 사고, 북악 스카이웨이도 한 바퀴 돌고. 다만 이를 너무 앙 다무는 바람에 턱이 몹시 뻐근했다. 4시간 있다가 거즈를 뱉었는데, 피가 얼마간 삐져나오길래 식힌 미음만 후딱 삼키고 두번째 거즈를 물었다.


어머니께서는 자꾸만 뺨이 강부자 선생님을 닮았다고 (..)


최초 발치로부터 여섯시간이 지난 시점엔 어느정도 지혈이 되었다. 다만 예상치 못한 '부기' 가 있었다. 견과류를 가득 숨긴 다람쥐처럼 볼이 빵빵해지는데, 하악 수술을 선택하는 분들을 곧바로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다. 턱 하나로 사람 인상이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싶어 놀랐고, 푹 잤다. 그리고 일어나서 보니 제기랄. 자는 동안 붓기가 더해졌는지, 어제의 두배로 뺨이 부어올랐다. 그래도 일요일까지 푹 쉬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어랍쇼. 월요일 아침에도 컨디션이 별로다. 하지만 괜찮다. 신에게는 아직 열흘의 휴가가 남아있사옵니다!


주저없이 연차를 썼다. 이틀이면 낫겠지 라는 계산이었는데, 아뿔싸. 약을 먹지 않은 셋째날 오후부터 고통은 시작된다. 입속을 들여다 볼 생각을 못해서, 으레 아픈 정도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핸드폰 후레쉬를 이용해보니 (..) 정작 꿰맨 곳이 아니라 그 옆의 볼쪽에 염증이 생긴것 같았다. 수술 중에 생긴 울혈의 악화, 라고 보기는 어렵고 이후에 내가 거즈를 너무 앙 다물고 있어서 살점이 늘어지다가 계속해서 열을 받고 부풀고, 그 과정에서 염증이 생긴게 아닌가 싶었다. 여하튼간 일종의, 살면서 봤던것중 가장 스케일이 장대한 구내염이었다.


으레 아픈거려니 참았던 결과, 노란 부분 동그라미가 전부 염증으로 진행되게 된다. 파랑은 사랑니 있던 자리.



하루를 끙끙 앓는데, 잘때 베개 방향만 잘못 잡아도 그악스러운 고통이 이어졌다. 욱신욱신 아픈 것도 아니고, 그저 '엄청나게 따끔따끔한 느낌' 인데, 그게 점점 심해지니까 귓속부터 정수리까지 쭈뼛쭈뼛 긴장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열심히 횡성에 가서 막국수도 먹고 오고, 남자친구 운전 연습도 시켰으며, 우래옥도 다녀왔으니 착실한건가 바보인건가. 하도 아파하니까 어머니께서 보시곤 깜짝 놀라, 이 지경이 될때까지 치과에 안 가고 뭐했느냐고 화를 내셨다. 항암치료때 쓰셨던 마약성 진통제라도 먹을래? 하셔서 웃었다.


자기 전에 집 안 약상자를 뒤져, 위장보호제와 에이펙스정을 골라 먹었는데 아침이 되니 한결 견딜만 해졌고, 오후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 리체부부치과라는 곳을 갔다. 시원시원한 느낌의 여자 선생님이 진료를 봐주셨는데, 치과의사는 보통 성격이 이렇게 화끈해야 하는건가 뭐 그런 사소하고 쓸데없는 궁금증이 생겼다. 염증이 낫고 있는 중이니 큰 걱정하지 말라셨고, 토요일에 실밥을 뽑는댔더니 얼마간 염증을 가라앉히자며 약을 처방해주셨다. 살것 같다. 사랑니는 쉽게 뽑지만, 사후 경과를 잘 살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비교적 수월하게 아물어주었던 다른 쪽. 그나마 이쪽이 협조해줘서 죽이라도 들이킬 수 있었음.


다시 이틀 후가 지나, 발치 후 일주일 째가 되는 오전에 다시 잎사귀 치과에 갔는데,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실밥이 저절로 터져서 보이지 않는단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혹시 안쪽 살 두덩이에 파고들어있는데 발견이 안되서 썩거나 그러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는데, 2주차가 되는 지금 보아도 큰 이상은 없으니 필시 의사 선생님 말씀이 맞았으리라. 프로 의심꾼의 기질을 버리기로 다짐하면서. 잎사귀 치과의 경우 발치는 발군이다. 오랜 시간 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끝나지만 후처치가 세심하고 친절한 편은 아니니 가실 분들은 참고하십시오.


먼저 뽑은 유경험자로서 약간의 팁이라면. 일단 압박지혈이 관건이니 거즈는 꽉 물어줄 것. 말을 하거나 물을 마시는건 되도록 삼갈 것. 단순히 생각해봐도 상처난 자리의 근육을 자꾸만 당겨서 써봤자 피가 줄줄 날 뿐이다 (..) 먹는 것은 유동식 (미음/미숫가루/콩국물) 유동식으로 2-3일. 다음부터는 메밀국수나 파스타 정도가 좋음. 되는대로 무조건 체력을 보충하도록. 매운 것이나 신 것은 피하는게 좋음. 처음엔 생리식염수로 살살 자주 가글을 하고, 하루 정도 후에는 후레쉬로 비춰가며 멀쩡한 이빨들을 깨끗이 양치해주는 것이 좋다.



3. 사랑니랑 고통을 주고받고 있을 무렵에, 한 왁싱샵의 여주인이 살해를 당했다. 가장 먼저, 여자 혼자 운영하는 왁싱샵이라는 것을 불특정 다수가 알게해준 VJ 가 손가락질을 받았다. 얼마 간은 이해 하지만, 비판 아닌 비난처럼 여겨지는 것은 왜일까. 그러니까 예를 들어보자. 수요미식회에서 여주인이 호젓한 곳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소개하고, 향후 누군가가 그 방송을 보고 여주인을 살해했다면 그게 과연 수요미식회팀의 잘못일까. 방송에 나갔을 때도 나가지 않았을 때도, 강남에 여성 1인 왁싱샵은 수두룩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게다가 촬영을 했다는 것은, VJ 가 해당 여사장과 직접 영상물 찍기를 합의했다는 뜻이다. 물론 있어서는 안될 일이 발생했고, 소중한 젊은 목숨이 스러진 것은 정말로 안타깝지만 그 비난이 정신나간 살인자에게 가해져야지 왜 vj 에게 이어지는가. 뿐만 아니라 '여자라서 죽었다, 남자였으면 살았을텐데' 의 반응도 쉬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성은 물리적인 힘이 남성보다 열세에 있다. 반항하기 어렵다. 살인자도 그 점을 노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죽음의 가장 큰 원인은 아니다. 더 복잡한 이유가 있는데 굳이 '여자' 라는 단어에만 집중했다.



나는 이 사건을 지탄하는 많은 여성들이 정확히 무엇을 요구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여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 는 발상은 좋다. 그 프레임이 넓어져 남녀를 아우를 수 있는, '폭력을 줄이는 사회를 만들자' 는 문구가 되기를 더욱 염원한다. 1인이 하는 업장은 언제나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 사장님의 성별에 상관없이 말이다. 만약 장애인이 운영했다면, 마찬가지로 비장애인보다는 더 취약하게 보였을 것이므로 충분히 범죄의 대상이 되었을 수 있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안전한 사회' 를 요구하는 캐치 프레이즈가 필요하다.


걱정스러운 것은 근래의 범죄를, 모두 성별 문제로 양분화하여 치환하려는 움직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많은 여성들과 남성들이 직접적인 관계없는 자들로부터 묻지마 살인을 당해왔다. 하지만 그 때는 '남성 혐오 범죄' 나 '여성 혐오 범죄' 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 같은 상황에 다른 워딩으로 인해 페미니스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모쪼록 '이 사회의 불특정 다수 남성에 대한 혐오와 경계' 가 목적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스스로 성별을 선택하여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책임이 없는 자에게 왜 책임을 지우려 하는가.


이 사회에서 페미니스트가 같은 여성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워딩으로 비춰지는 까닭은 생각해 볼 일이다.


이건 마치, 신안 섬노예 사건이나 성폭행 사건, 두 가지를 보고 '신안 출신은 상종도 하지 말아야해. 지역주민이 평생 사죄하며 살아라.' 고 몰아붙이는 것과 다름 없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살아온 인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소리다. 나는 운좋게도 아버지를 포함한 남자들로부터 모욕적이거나, 수치스럽거나, 폭력적인 언행을 들어본 일이 없으며, 만약 들었다해도 별달리 신경쓰지 않고 지나쳤음에 틀림없다. 운이 좋기도 하고, 둔한 덕분이기도 한데 여하튼 이런 사건이 괜한 성별갈등의 기폭제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4.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이틀전 쯤인가. 관련 자료를 입수했다. 엠바고가 걸려 있었으니, 아마도 미리 알고있던 사람들 중 얼마간 이득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뭐 그때는 별달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며칠 지난 지금 나라가 들썩거리는 기분이라 다시 톺아보게 됐다. 우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매번 실패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정확히 말하자면 실패는 아니고 반대로 간다. 안정화 시킨다고 말하면 요동을 치고, 풀어주면 오히려 잡힌다. 그러니까 이것은 긴축의 문제와, 인간의 본성 여러가지를 아우르는 문제라고 본다.


전제는 이렇다. 인간의 본성은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려 프로그래밍 되어있다. 서민이든 중산층이든 상류층이든 다 같은 마음으로 더 위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가 잘 굴러갈수록 자본이나 투자의 덩어리가 커지려고 하는게 당연한 심리다. 그걸 애초에 규제하려는 자체가 낭설이다. 국가는 계속해서 부푸는 파이다. 이미 발효가 시작된 마당이라, 그걸 다시 되돌리거나 깎아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멈추게 하면 정체되어 썩어버린다. 싫으나 좋으나 부동산 경제는 규모를 키울 것이고, 우리는 그에 맞는 발상을 꺼내는게 중요하다.



아마도, 현 정권은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지향하고자 8.2 부동산 정책을 빼어들었을테다. 소위 잘 나가는 강남집값을 통제해 보겠다는 건데, 어림없는 소리. 애초에 수요와 공급이 그렇게 따박따박 맞아떨어져 통제가 될 거였으면, 경제가 무슨 필요가 있나. 예측할 수 있는 건 수학, 계산, 공식이고, 예측할 수 없으니 경제, 주식, 도박이다. 특히나 집값은 변수가 크다. 외국에는 적어도 '집 없어도 괜찮아' '아무것도 안 가져도 괜찮아' 마인드도 유연하게 받아들여 준다만, 한국은 '더 가져야 하고, 남보다 있어야 하고, 잘 사는걸 과시해야' 한다.


내집마련에 죽도록 집착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극빈층이 아니라 어느정도 '감당해볼까' 결심하는 차상위~중하층 계층이다. 현재의 준거집단에서 한계단 위로 더 올라서려는 자들. 그 중에서 극도로 절박한 자들이, 바로 무주택 가구들이다. 부동산 대책이 가진 사람들 목을 콱콱 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있는 사람들은 '그만큼 해도' 안 졸린다. 오히려 여유롭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느긋하다. 막말로 세금 더 내고 계속해서 집 두채를 가져가도 되고, 조금 포기하고 팔아치워도 된다. 없는 사람들 입장이랑은 다르다.



개인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극단적인 선택, 예를 들면 전쟁의 발발이다. 일종의 비유지만, 세계 대전을 생각해보자. 전쟁을 일으킨 건 현 사회에 불만을 갖는 무리들이었다. 한몫 챙기려고 세계 시장에 발을 들였더니 이미 영국이며 프랑스가 갈라먹기 다 했더라 이거다. 나도 먹고 싶은데, 열이 받지. 그래서 공식침략을 한다. 부동산에 대한 사람들 인식도 비슷하지 않을까. 얼마간 받는 월급, 청약통장에 넣어가며 기다렸는데 대출도 어렵고, 집값은 묶이게 생겼다. 빚 내서라도 강남에 집 한채 가지려 했는데, 봉쇄가 된 셈이다.


그럼 그 분노가 뭘 부를까. 아마, 이상적인 결과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불만이 폭발하기 전에 정부는 얼른 윗돌 빼서 아랫돌을 괴어줘야 한다. 어느 한쪽만 잘 살지 않게, 골고루 나눠준다는 티를 팍팍 내야 하는 것이다. 양도세 말고 보유세에 손을 대자. 다주택자들한테 세금 팍팍 매겨라. 종소세는 더더욱 매겨서, 잘 사는 사람들 파이를 더 많이 떼어 못 사는 쪽 먹여줘라. 배부른 자 입장에선 황당하고, 나라가 너무 간섭하네 외국으로 이민을 가네 하겠지만, 결국 남을 사람은 남을테니. 아울러 국가운영은 일단 쪽수가 중요한 법이거든.



대출 규제를 지금보다 풀어주는게 좋은 일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니 차라리 물량을 많이 풀자. 수요가 있는 곳에 많이 공급해주면 되는 문제다. GB를 풀든, 재개발을 적극적으로 하든, 서울 외곽 수도권 인프라를 좀더 매력적으로 살리든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은가.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없는 마당에, 부동산 집값을 조금씩 훔쳐보며 든 생각은 '교육' 이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자식이 생기면, 좋은 곳에서 키우고 싶어한다. 그것이 자연환경이 되었든, 교육 수준의 상향평준이 되었든. 그러니까, 교육을 책임져주면 된다.


요새 이것저것 들어서고 있는 가좌동을 예로 들자.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무조건 시에서 애를 봐준다. 아침부터 저녁 9시까지.' 만약 이렇게 못 박아두면 집값이 안 오를리 없다. 마찬가지로 학업성적 우수한, 소위 학군 좋은 곳들은 집값 요동이 적다.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재택 학업(?)이 일상화 되지 않는 이상. 아니 일상화가 되더라도 얼마동안은 소득수준 높은 곳이 계속해서 집값을 끌어올릴 것이다. 범죄 수준 낮고, 마트 가깝고, 병원 가깝고, 소방서 경찰서 친절하고, 같이 사는 주민들도 성격 유한 곳이면 누구라도 거기서 살고싶지.



그러니까, 환경을 조성해주면 된다. 다주택자한테 걷은 세금으로 임대주택을 만들든, 복지에 신경쓰든. 주택환경을 매력적으로 다듬어줄 필요가 있다. 언젠가는 원격수업이 집값을 자유롭게 이끄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겠으나, 아직은 한참 먼 이야기니까. 아예 대단지를 지을거면 층수를 확 올려버리는것도 방법이다. 더욱 발전한 형태의 사상으로, '집을 왜 사! 빌려서 쓰면 되지!' 마인드가 가능하게 임대차 보호법이나, 임대차 혜택 등을 도모하는 것 또한 방법이겠다. 여하튼 집값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달콤한 환상일 뿐이라는 것.


문 정부가 사람들의 욕망을 보다 확실하게 읽어줬으면 한다. 한국은 집값에 대한 환상으로 나라 경제를 돌리고 있다. 너도나도 집값으로 부자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천박한 욕망이 아니라 한국민으로서 당연한 발버둥으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그토록 부자들을 경멸하면서도, 언젠가 그 대열에 들기위해 죽도록 헤엄치는 존재지 않던가. 이 거대한 욕망산업을 부조리하게 억눌러 버리는 대신, 누구나 공평하게 접근 가능한 시장으로 바꿔주자. 없는 사람들에게 퍼주고, 그걸 받아들이는 부자들만 진심으로 존경하는게 낫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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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3.

      저런 사람들은 울고싶은데 뺨 맞은격... 이라고도 할 수 없고, 그냥, 뺨은 다른 사람이 맞았는데, 자기가 아프다고 생색내고 다니는 거. 그리고 아프다고, 아프다고, 책임지라고 소리지르는 상대도 정작 가해자를 향해서가 아니라, 가해자와 같은 성별을 가진 불특정다수에 해야한다는 이상한 논리.

      늘 그런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것은 마땅히 자기가 누려야할 것들이었고, 혹은 내가 잘났기 때문이라며 자기 좋을대로 결론을 내리는 반면,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언제나 남에게 탓을 돌려 "내가 못나서가 아니야" , "이 사회가 잘못되서 그런거야" ,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라며 매일 자기 자신을 안정화시키는.

      그리고 이런식으로 갈등을 부추겨서 이득을 취하는 자들이 계속 있는한 (책을 팔거나, 기부금을 받거나, 강연을 하고다니는) 소위 '남녀갈등'은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듯 합니다.

    • 세상의 절반이 남자인데, 그 남자들이랑 잘 지내볼 생각을 하는게 싸울 생각을 하는 것보단 낫다고 봅니다. 물론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여자들이 그렇게 유하게 저자세로 나갔기 때문에 지금까지 권리를 못 찾았다고 말하겠지요. 물론 인정합니다. 몇몇 여성들이 용감하게 싸워준 덕분에 시민권도 얻고 투표권도 얻고, 고대에서부터 내려온 악습을 철폐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투쟁이 인식을 바꾸는 단 한가지의 방법도 아니고, 지금은 자진해서 혁신적으로 바뀌는 남자들도 많고, 사회 분위기도 예전과는 다릅니다. 그러니까 노예제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나서 전세계적으로 그러한 행위를 '탐탁치 않은 것' 으로 규정하였듯이. 여성에 대한 시각 역시 마찬가지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페미니스트들은 다시 한번 말할 겁니다. 아직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배가 고프다고요. 뭐 어떤 남자가, '여자들은 이래서 안돼' '여자들은 집에서 밥이나 해야지' 이런 발언을 했을 경우 페미니스트들은 당연히 화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이 여자였다고 '남성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자' 는 방식은 한참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문제는 그런 반대에서, 여적여? 처럼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거죠.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은 왜곡되어있다고 말하는 페미니스트가 없다는게 문젭니다.

    • 4.

      다주택자에게는 주택담보대출을 엄격히 규제하고, 무주택자에게는 대출규제를 풀어주고. 한 사람이 투기 목적으로 집을 여러채 갖고있지 못하도록 양도세를 올리는 등

      솔직히 여태껏 정부가 집값을 몰라서 못잡는게 아니라, 다 표값이 함께 계산되기 때문일것 같기도 합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집값이 떨어지길 바라지만, 반대로, 집을 이미 소유한 사람들은 내 집값이 오르길 바라기 때문에, 결국 지역별로 온도차가 있어서, 여당내에서도 몇몇 지역 국회의원들은 관련법을 은근히 잘 협의해주지 않을 것 같기도 하구요.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

      그리고 우리나라는 "누가 어느 땅 사서 부자됐다드라" 라는 소문과 "그럼 나도 한번?"이라는 마인드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인에게 집은 "그냥 살다 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투자의 대상이 되버렸고, 말씀하신 손해보기 싫다는 마인드가 무주택자 뿐만 아니라 1주택자에게도 해당되는 상황이라, 앞으로 지지율에 따라 부동산 대책 강도도 달라질지도.

    • 그래서 개인적으로 소속당이 없는 대통령이 나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딱 5년만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고 국민을 위해서만 일하는 거죠. 도와주었던 '당' 을 보지 않고. 표값 계산하지 않고요. 하지만 정치란건 그렇게 돌아가지고 않고, 여기는 유토피아도 아닌 관계로 ㅎㅎ 남이 주식해서 돈 벌고 부동산 해서 돈 벌고 하면, 듣는 입장에서는 가슴이 쿵쿵 뛰면서 나도한번 이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한국은 많은 자금을 집 사는 데에 미친듯이 쏟아붓고 있고, 부동산을 바탕으로 운용되는 경제이므로, 집에 대한 위상이나 인식, 가치가 크게 다르죠. 이상한 생각인데 주택을 정부가 국유화 하게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가끔 그런 상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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