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로베 】 성동구 성수동1가


상반기에 <도치피자> 가 생기기 전까지, 뚝섬~왕십리~건대 근처에는 이렇다 할 화덕피잣집이 없었다. 따라서 <도치피자> 의 등장은 내게 몹시 센세이션한 일이었고, 그 맛이 국기원 인근 지점만 못할지라도 순순히 납득하곤 했는데, 이런 마당에 새롭게 <다로베> 라는 피잣집의 오픈 소식을 듣게 된다. 이탈리아 장인이 만든 화덕에, 클래식 피자 부문에서 수상했다는 내용을 읽었지만 화려한 문구에 속은 것이 여러 번이므로, 큰 기대없이 달랑달랑 점심1피자를 해치우러 갔다. 뭘 잘하는지 모르니 가장 기본적인 마르게리따를 주문한다.


마르게리따 18,000원. 심플하고 가장 이 집 다운 느낌. 새콤하고 산뜻하다. 바삭거린다. 씹는 맛이 있다.


다른 집과 다른 점이 대번에 눈에 띄는데, 기본 마르게리따에 부팔라 치즈를 쓴다. 분명 몇천원 더 받는 메뉴로 따로 만드는 집들이 부지기수인데 이 양심적인 가격은은 뭔가 싶다. 게다가 착석 후 10분이 될까말까한 시점에 음식이 나왔다. 굉장히 빠르게 나오네요? 여쭈었더니 2분이면 다 굽는단다. 물론 화덕 피자는 얄쌍한 도우가 기본이므로 빠르게 굽는 것이 기본 조건이지만. 이토록 빨리 익혀내려면 몇가지 핵심적인 것들을 살펴야 한다. 우선 굽는 이의 피자필러 다루는 솜씨가 좋아야 하고, 화덕 내부의 온도가 충분히 뜨거워야 한다. 


오픈한지 얼마 안 된 것으로 아는데, 입소문이 나서 그런지 연일 사람들로 북적인다. 맛있는건 다들 알아보나봄.


흔히 나폴리 피자라고 인정 받으려면 485도의 열에서 빠르게 바싹 구워내야 하는데, 화덕 내부가 골고루 해당 온도에 수렴하려면 500도가 훨씬 넘는 화력이 필요하다. 내 앞에 나오는 피자는 고르니초네가 많이 타지 않은 모양새로, 빠르게 등장했다. 타버린 것은 바닥 일부분으로, 먹기도 전에 실력이 돋보인다. 짠맛으로 먹는 피자라지만, 염도는 적당한 수준이었고 다른 곳들에 비해 자극적이다시피한 신맛이 인상 깊었다. 다른 곳들과 다른 깡통을 쓰나? 싶을 정도였다. 구워진 느낌이나 맛은 <팔로피자> <빠넬로> 를 떠올리게 된다.


5 포르마쥬 23,000원. 알라 노르마 21,000 원. 무화과보다는 견과류를 좋아하므로, 가지토마토 쪽을 훨씬 맛나게 먹었음.


오픈 초반이라 확신할 수 없지만, 꾸준히 이러한 퀄리티가 유지된다면 서울 시내 화덕피잣집들 중 상위권이 될 뿐만 아니라 동부/북부에서 가장 잘하는 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치즈와 엉긴 토마토 소스가 촉촉함에도 불구하고 유청이 아래로 줄줄 흐르는 사태는 없다. 안티모 카푸토 밀가루, 아마도 피제리아를 쓰지 않았을까 싶은데, 반죽이 적당히 탄탄하고 중심부분 도우 두께가 절묘하다. 정리하자면 <피자피케이션 자하> 와는 다른 의미로 맛있다. 레이어드룩을 잘 입는 여자랑, 클래식한 정장이 잘 어울리는 남자 정도의 차이가 될까나. 


봉골레 19,000원. 퀄리티가 나쁜 것이 아니라 극단적으로 심플하고, 밋밋하다. 집에서 만들어내는 수준이다.


가격대를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식전 빵이나 피클 등등이 나오지 않는다. 개인적으론 빵 찍어먹게 올리브유를 조금 주시면 어떨까 하는 욕심이 있다.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파스타인데, 여즉 피자와 파스타 모두를 잘하는 집은 보지 못했으므로 이해한다.  먹어본 파스타는 봉골레 뿐인데, 이 요리의 가장 큰 단점은 조개는 스쳐지나갈 뿐, '야채 파스타' 라는 점이다. 피자 토핑으로 들어가는 루꼴라를 얹었는데, 맛이 얼마나 강렬하고 인상적인지 해물 내음이 1도 느껴지지 않을 뿐더러 쌉쌀하고 청량할 뿐이다. 피자 먹기를 두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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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한가지 잘한다니 그래도 다행이네요.
      파스타는 아주 전문이 아니라면, 그냥 토마토 소스 파스타로 밀어붙이던가 선택과 집중을 하는게 좋을텐데요.

    • 아직 안 먹어봤고, 우려되는 메뉴이긴 합니다만 해물파스타가 있습니다. 가격 생각하면 쉬이 손이 가지는 않을것 같고, 원래 어중간한 곳에서는 그저 크림파스타가 장땡이라고 생각합니다. 치즈와 크림이 미묘한실력을 모두 보정해주죠. 마치 포토샵과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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