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와니예 】 서초구 반포동


애인의 생일 하루 전까지 속을 태웠다. 맛있는 걸 먹여주고 싶은데, 도무지 <다이닝 인 스페이스> 뛰어넘는 곳이 안 떠오르는게다. 게다가 일요일이어서 영업을 안하는 가게들이 있는 고로,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었<스와니예> 에 예약 전화를 넣었는데, 단번에 허락 받았다. 은근히 내리는 비가 분위기를 한결 돋우는 날, 셰프가 전세계 식당을 돌면서 떠올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15번째 에피소드를 맛보았다.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일까. 일관적인 맥락이 없이 중구난방의 음식들이 등장하는데, 맛은 나쁘지 않다. 



전채로 등장했던 바질잎과 치즈. 새콤하고 깔끔하긴 한데, '뭐 더 안 나오나?' 할 정도로 스쳐지나가는 산뜻함이어서 자꾸 다음 음식을 기대하게 된다. 보채기 무섭게 오목한 그릇에 담겨나온 회무침. 로메인으로 만든 김치를 숙성 도미로 한바퀴 말았다. 일식당에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의아함만 제껴놓고보자면 상당히 마음에 든 별미였다. 차가운 요리 다음으로는 따듯한 찐빵이 등장했다. 야들거리기가 아기 궁둥이 같은 찐빵을, 버섯 향 맡아가며 능이소스로 범벅해 먹으니, 색다르게 맛있다. 금방 먹는게 아쉬운 맛이었다.



다양한 채소를 넣은 샐러드는 여러 의미로 긴장감을 제공했는데, 보통의 풀들보다 기특할만큼 맛있었고, 그러한 재료들을 일일이 골라내 공수했다는 점, 와중에 살면서 처음 볼만큼 생소한 녀석도 있었다는 점에서 공부가 되는 한그릇이었다. 나는 아직도 오이처럼 아삭아삭한데 붉은 파프리카 색깔이었던 야채 이름을 모른다 (..) 살짝 구워낸 아기배춧잎에 해바라기 씨 소스는 능이찐빵과 같이 먹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결을 같이 하는 음식이었다. 이런 배추라면 하루에 열 접시라도 먹을 수 있어, 하는 기분으로 집중해서 씹었다.



그러나 온면에서 어리둥절해 졌는데, 전통 방식의 '난면' 이 너무나 맛없었던 것. 밀면이라고 하기도 뭣하고 메밀면이라기도 뭣하고. 그냥 메밀 100퍼센트의 얄팍한 압출면만 되었어도 훨씬 맛있었을 것이다. 국물맛 조차 배어들지 못하도록 철벽 방어해버린 모난 면발이여. 설상가상으로 메인 역시 앞선 전채들의 좋은 인상을 뒤엎었다. 한입거리 메추리는 너무 작아서 아쉬울 뿐 잘 조리했는데, 아무래도 한우 스테이크가 실력 발휘를 못했다. 겉표면을 덜 지졌고, 수비드도 덜 되었다. 질김과 흐물거림이 동시에 깃들어 완전히 마이너스.



마무리 디저트도 모호하다. 색모래를 떠올리게 하는 히비스커스 파우더는 부질없었고, 파이결은 생각보다 맥없이 흐느적거렸다. 흐물흐물 벗겨지는 디저트를 목적했을지 모르겠으나, 파이결은 '바삭바삭함이 생명' 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불만스러웠다. 꼬두람이들로 나온 마카롱, 슈, 까눌레 역시 당도와 묵직함이 따로 노는 메뉴들을 억지로 구색맞춘 형상이라 어색함이 맴돈다. 런치가격은 <다이닝 인 스페이스> 와 비슷하고, 한입거리 코스들이 다양해 즐거움도 있으나, 끝발이 약하다는 점에서 다소 안타까운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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