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점 】 구리시 수택동


97년도 인가. 아버지께서 급작스레 당뇨 판정을 받게되셨다. 지금이야 관리만 잘하면 큰 문제없는 '지병' 이지만, 당시에는 손발을 잘라내거나 더 심한 경우부터 상상하게 되는 중병이었다. 아버지는 한번 사는 인생에서 '먹는 즐거움' 을 절대로 내려놓지 못하겠다 선언하셨고, 애꿎은 어머니께서 당뇨환자의 식이에 대해 공부하러 줄기차게 고대안암병원을 드나들기 시작하셨다. 식탁에서 달고 짠 음식이 사라졌으며, 이십 여 년간 그 흔한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어본 일이 두세번도 안된다. 그리하여 머릿속에는 그런 불어터진 면발과 들큰한 짜장만이 중식을 대표한다는 이상한 편견이 자리잡게 되었다.


음식 전반적인 간이 몹시 짜기 때문에, 달달한 소스 음식이나, 맹맹한 국물요리를 함께 시키는게 좋습니다.


대학 때 홀로 외식을 시작하고나서야 뭔가 다른 '중식' 을 알게되었다. 한국식 '청요릿집' 을 벗어나, 화교가 직접 웍을 잡아 만들어낸 '본토식' 을 먹기까지는 더더욱 오랜 세월이 걸렸다. 요즈음은 기회가 될 때마다 찾아가는 편인데, 와중에 홍콩식 사천요리를 한다는 <명점> 을 알게되었다. 위치가 구리인데 차로 가면 상봉 쪽에서 10분 남짓이 걸리는 가까운 경기도다. 푸치페이피엔이라고, 소의 여러부위를 양념범벅한 요리를 주문했다. 아래의 오이가 너무 예쁘게 썰려나와 기분좋았고, 저으기 얼얼하였으며, 전반적으로 몹시 짰다. 꼬막에 들어갈 양념장을 소고기에 압축적으로 뭉개놓은 인상이다.


주인장의 음식 자부심이 각별히 대단한 편으로, 불편하게 느꼈다고 주장하는 손님이 더러 있을 정도다.


짭조름함에 대비하여 같이 주문한 보로탕추어는 새콤달콤한 맛으로, 이전의 진득한 짭조름함을 한결 상쾌하게 다듬어 주었다. 소스를 듬뿍 묻히고도 바삭바삭 하길래 '그래, 이게 바로 탕수육이지' 라며 만족했다. 곁들이로 주문했던 수이징 시아죠 역시 기쁨의 연속이었는데, 근래에 먹어본 어떤 중식당의 하가우보다 맛있었다. 두툼이 아니라 도톰한 수준에서 탱글한 새우살의 식감을 구구절절 느낄 수 있는 정말로 괜찮은 만두. 그 외에 배가 괜히 헛헛하여 주문해본 볶음밥은 평범하였다. 다음번에는 꼭 이 집의 피따안을 정복하고, 불도장도 먹어볼테다. 구리에서는 아주 괜찮은 사천요릿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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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다리만 건너면 되는데 아직도 못 갔네요.
      조만간 가봐야지...

    • 원래 가까우면 연이 잘 안 닿는 법입니다 :) 가격대비 괜찮은 중국요리류인데, 짜고 맵고가 심한 곳이니 감안하셔서 시키시면 됩니다. 위에도 썼지만 만두류나 맑은국물류를 적당히 섞어주시면 될 것이고.. 전 사천요리 마니아는 아니어서, 보편적인 탕수육이 입에 잘 맞았습니다. 볶음밥은 불질을 세게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좀 수수하게 완두콩 넣고 살짝만 흔드는 스타일입니다.

      아 그리고 주차는... 가게 앞에 자리가 있으면 가능은 합니다만 여러가지로 스트레스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큰길 초입에 지상 민영주차장이 있으니, 두고 가시기를 권장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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