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동교자관 】 강남구 신사동


마지막 방문으로부터 4년이 흘렀다. 마침 저녁을 먹어야 했는데 별달리 생각나는 곳이 없었고, 오랜만에 <산동교자관> 을 가보면 어떠려나 싶은 기분이 들어 찾아갔다. 그 때의 나는 주머니가 얄팍한 학생이었고, 식사류 위주의 요리를 골랐었고, 아주머니로부터 돈 많이 벌어 비싼요리 먹으러오라는 소리를 듣던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첫 메뉴부터 마지막 메뉴까지 전부 다 시켜버리라는 호기로운 남자친구와 함께 있다. 훌륭한 변화다. 오향장육과 시그니처 메뉴인 군만두, 사천탕밥과 볶음밥을 추가했다. 우연히 사장님이 만두 빚으시는 모습을 목도하였는데, 만두대국 출신 답게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쓰시길래 절로 눈이 갔다. 



보통 밀가루 반죽에서 피가 될만한 크기의 작은 덩어리를 떼어 열심히 편 다음 소를 넣고 하나씩 오무리는 것이 가정식이다. 여기는 반죽을 가래떡처럼 기름한 크기로 떼어낸다음 칼로 착착 썰어서 몇등분을 하고, 사이사이에 밀가루를 잘 묻힌 다음, 여러 덩어리 자체를 한번에 밀대로 밀어낸다. 크레이프 케이크처럼 일정한 크기로 눌려 겹친 반죽들은 순식간에 피 여덟장이 되고, 거기에 소를 넣어 끄트머리를 착착 밀어넣으면 곧바로 완성된다. 이런 올망졸망한 만두를 살짝 쪄낸다음, 다시 한쪽만 지져서 가정식 접시같은 곳에 예쁘게 담아 주신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식당의 배신을 겪는가. 4년 동안 변하지 않은 양질의 맛에 마음이 조금 찡하고, 친정에 돌아온듯 편안해졌다.



오향장육의 경우 여전히 좋은 고기를 사용한다. 0.5mm 정도되는 두께라 '고기를 씹고있다' 는 기분좋은 감각이 충분히 전달된다. 짠슬은 다른곳들보다 덜 짭조름한 편. 쫄깃하다기보다는 뭉그러져서 간장맛 판나코타 같다. 편육처럼 눌러만든 돼지껍데기도 여전히 훌륭하다. 사천탕밥은 보드라웠고, 볶음밥 역시 센 불질이 들어가지 않은 고분고분하고 유순한 놈이었다. 중식이기는 하되, 먹는 한국사람의 입맛에 맞추어 지역패치가 완료되었달까. 향이 센 야채나 향신료는 최대한 줄이고, 아이들이 먹어도 될만큼 잔망스러운 맛과 모양의 음식들이다. 이렇게 상냥한 음식을 만드는 곳인데 퉁명스럽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저 나의 오해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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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저녁에 식사,만두류만 시키면퉁명스러워지긴 하죠 ㅎㅎ
      저녁엔 아예 '요리 주문해야합니다' 공지를 붙여놓는게 나을 듯 합니다.
      그걸 모르고 가는 사람은 실망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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