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끝의라멘 】 마포구 서교동


원래는 <스파카 나폴리> 의 피자를 먹으러 가려고 발길을 뗐는데, 저녁이니 조금 더 가벼운 음식을 골라야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종목을 변경했다. 메세나폴리스 뒤쪽으로 걸어나와서 서교어린이공원을 향해 걷다보면 왼켠 안길에 위치한 <세상 끝의 라멘> 집이 보인다. 입구로 걸어가는 길에 심어진 수국도 운치있고, 빌딩과 공원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도 훌륭하다. 새로 지은 집이니 깔끔한 게 당연하겠지만, 청결한 화장실과 넉넉한 크기의 다찌 크기는 내심 흡족한 기분이 나게 만든다. 그러나 고대하던 블랙 라멘은 먹을 수 없었다. 첫라멘과 끝라멘은 같은 육수를 공유하는 라멘이겠거니 생각했는데 한 종류만 가능할 줄은 몰랐다. 스프가 떨어진걸까. 아쉬운 마음을 눌러담으며 토리파이탄과 첫라멘, 교자 (유부초밥도 떨어졌다고..) 를 주문했다. 



토리파이탄의 경우 닭뼈까지 푹 고아낸듯한 백탕에 미소로 염도를 맞추고, 냄새도 잡았다. 면발에는 소금기가 덜한데 - 뭔가를 갈아넣은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다 - 너무 꼬들거리지도, 퍼지지도 않은 보드라운 생면이었다. 어딘지 고소한 맛도 감도는데 뭔가의 껍질을 갈아넣은걸까? 고명 또한 매력적이다. 대개의 차슈는 야들야들한 식감으로 첫맛은 굉장히 호감이지만, 두어 점 먹다보면 반드시 라멘국물과 어울려 느끼함이 늘어진다. 헌데 이 곳의 차슈는 비계가 소량 들어간 목살 부위를 골라 실팍한 두께로 썰어 씹는 맛을 살리면서도, 충분한 수비드 조리로 부드러움을 유지하기에 도통 퍽퍽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겉면을 적절히 로스팅해 고소한 맛과 무너지지 않는 모양을 유지하는 것도 대단. 멘마 혹은 곁들임 초생강과 먹으면 궁합이 좋다.


토리파이탄 9,000원. 사이즈 일괄. 1일 20그릇 한정.


한편, 이상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파가 맛있었다. 정확히는 생생하다는 표현이 어울리겠는데, 하얀 대궁이 부분의 대파 말고 초록 이파리 부분의 파가 싱그러운 존재감을 드러냈다. 너무 맵거나 거슬리지 않게, 바로 뽑아 썰어낸듯 '아삭해서' 놀랐다. 정식 오픈 후 사람이 몰릴 때 방문해도 같은 식감일지 장담은 어렵지만, 여하튼 파가 맛있는 라멘은 또 처음. 베이비콘의 달착지근함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첫라멘 (중화소바) 는 보다 가벼운 느낌을 내는데, 치킨수프를 섞은 우동국물이 떠오른다. 확실히 여자들이 더 좋아할 법한 깔끔함이다. 다만 첫 방문이라면 치밀하게 밸런스를 계산한 토리파이탄 드셔보기를 추천한다. 교자는 보통의 가게들 보다 촉촉했지만, 반드시 먹어야 할 정도는 아니다. 조만간 블랙라멘을 먹어보러 다시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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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원래 흑라면 먹으러 갔는데, 희한하게 이날따라 된장계열이 당겨서 토리파이탄으로 해버렸다지요.
      파에 대해서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다시 꼼꼼히 먹어보아야겠습니다. 제 경우는 그저 적당히 진해서 밥 말아묵고 싶다는 얕은 감상 정도였거든요ㅎㅎ.
      저도 다음 메뉴는 흑라면[...]입니다. 기대되어요.

      롱침...은 고민중입니다. 가면 적어도 볶음밥과 똠양꿍, 취향으로 보이는 디저트 두 종류 정도는 먹어봐야 하는데 그냥 초밥집 디너값이 깨질 판이니[............].

      덧 :
      흑라면을 먹어 보았습니다. 면이 아주 굵은데 뜻밖에도 이 날만 그랬을지 영 아니네요. 간장계열 스프는 어찌되건 뭔가 한 가지가 튀어선 안 되는 법인데 짙은 간장의 안 좋은 쓴 기운이 불쑥 튀어나와서 다른 모든 맛을 다 헤집고 깨어놓았습니다. 차라리 달거나 짠 것이 낫겠다 싶을 정도로 안 맞았더랍니다. 중화소바까지 먹어 봐야 총평이 조금 나오겠지만, 적어도 가장 큰 기대를 했던 블랙이 그렇다니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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