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뚝섬우동김밥 】 성동구 성수동1가


굳이 소풍을 가는 날이 아니더라도 어머니는 종종 김밥을 말곤 하셨다. 야채를 싫어하고 입이 짧던 딸아이가, 왠일인지 낱개로 먹는 음식 - 초밥, 김밥, 주먹밥 - 만큼은 질리지 않고 꿀떡꿀떡 해치웠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밖에서 엄마의 손맛 같은 김밥을 찾아 헤매지만, 알다시피 부엌일이라는게 노동의 연속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 을 빼고 한 사람이 들여야 하는 공수만을 계산해 비슷한 음식을 만들어내려면, 업장에서는 이문을 남길 수 없을만큼 인건비와 재료비를 쏟아부어야 한다. 그렇기에 조미료가 활약하고, 시들한 재료라도 슬그머니 눈속임 시켜줄 강한 양념이 필요해진다. 회사 근처 식당들은 앞다투어 '집밥은 아니지만 사람들 입맛은 끌어당기는 한식' 을 내어놓고, 시간도 돈도 없는 사람들은 아무 곳이나 내키는대로 들어가서 먹는다. 


참치김밥 한줄에 삼천원. 은혜롭다. 가장 좋은 것은 다른 분식집들처럼 중구난방으로 메뉴가 많지 않다는 점.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처럼 양심없이 저렴하고 맛있는 것을 찾는 인간들이 있다. 입사 후 2년 동안 우리 회사는 성수동 일대에서 네번이나 건물을 옮겼다. 그런 상황에서 김밥이라고 이름 붙은 것이라면 모조리 먹어보았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다. 단순해 보여도 이 김밥이란 것이 여러가지 철학이 들어있는 음식이다. 다양한 야채와 단백질 덩어리가 주재료가 되고, 그를 둘러싼 밥의 비율이 명확해야 한입에 넣었을 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압구정 리김밥> 이나 <바르다 김선생> 류의 김밥들은 재료 비중이 너무 큰 김밥들이고, 반대로 밥 비율이 너무 큰 곳들도 있다. 특히나 말고 써는 데에는 숙련된 장인의 손길이 필요한 법. 이제는 폐업한 <그냥 김밥> 이라던가, 5번 출구의 <뚝섬 김밥> 까지도 뭔가 부족했다. 



최종적으로 안착한 곳은 성수쌍용아파트 상가의 반찬집 김밥이었는데, 푸짐하긴 하나 생각보다 달달한 야채 맛이 거슬렸다. 그러던 중 뚝섬역 뚜레쥬르 근처에 혜성같이 등장한 김밥집이 있으니 <뚝섬우동김밥> 집이다. 새로생긴 집이라 별 기대없이 찾아갔지만, 의외로 실한 재료에 똘똘 잘 말은 김밥을 만났다. 위 사진에 보이는 강화섬쌀은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20kg 에 5만원 남짓하는 추청이다. 쌀 사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절대 저렴한 쌀이 아니다. 국수는 1.3kg 에 4000원 하는 예산국수 - 마트 오뚜기 중면이 2000원 대 - 를 박스채 들여 쓴다. 가장 좋은 것은 다른 집들보다 덜 달다는 점이다. 가끔 칼질이 제대로 안되어 김이 훌꺼덕 벗겨지는 부분은 아쉽지만, 휴게소 못지 않은 정직한 맛의 멸치우동이며 싼 가격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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