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제목을 듣고 포스터를 보는 순간, 꽂혔다. "이건 봐야해." 리들리 스콧 감독의 행보에 일일히 집중해온 것은 아니지만, 굵직한 작품을 뽑아낸 위인이라는 점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다작을 하는 동시에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감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F전문으로 기억하는 이유란 에이리언(1979) 과 블레이드러너(1982) 의 존재감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우리와 다른 것들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라는 주제를 이토록 진솔하게 다룬 사람은 없었다는 생각이다. 외계생명체든, 인간이 만들어낸 인간이든, uncanny 한 존재에 반응하는 인간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그려냈다. 그런데 프로메테우스는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노선을 걷는다. 에일리언의 프리퀄 + 블레이드 러너에 대한 오마주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해 갈팡질팡한 작품같다. 여기에 안드로이드 데이빗 이야기까지 우겨넣느라 용썼다. 그동안 SF 장르가 다뤄온 주요 세계관이 총출동하였으며, 노련한 실력답게 제법 즐겁게 버무려냈다고 생각한다.

 

 

 

 

우선 프로메테우스 신화부터 시작해보자. 높다란 산기슭에 묶여 매일 밤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히게 된 데에는 여러 버전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본래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은 '미리 내다보는 자' 라는 뜻이다. 반면 동생 이름은 '뒤늦게 깨닫는 자' 라는 뜻의 에피메테우스다. 어느날 제우스가 에피메테우스에게 인간 여자 판도라를 선물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해가 되겠다 싶어 애저녁에 선물을 거절하라 조언했는데, 이에 제우스가 뿔이 나서 벌을 내린다. 또 다른 썰은 이렇다. 자신도 하극상을 당하는게 아닐까 두려운 제우스가 미래를 물어보는데 프로메테우스는 도통 입을 열지 않는다. 밉상이긴 하지만 똑똑하니 내칠 수도 없고 전전긍긍하다가 올림푸스로 올라오는 제물의 분배를 맡겨놨다. 헌데 가만히 살펴보니 실속있는 살점은 인간 몫으로 돌려놓고, 신에게는 겉만 번드르르해 보이도록 눈속임을 쳐놓은게 아닌가. 희대의 빗장빼기에 제우스가 발끈하여 벌을 내렸다는 이야기다.

 

 

 

 

물론 가장 유명한 버전은 제우스의 명령을 받아 인간을 만든 프로메테우스가 보아하니, 인간세상이 하도 측은해서 몰래 불을 전해주었다는 것. 신의 것을 감히 인간에게 내돌린 죄로다가 이 지경이 되었다는 설이다. 한편 영화 속에서 프로메테우스는 2085년. 인류가 스스로의 기원을 찾기 위해 우주로 보낸 탐사선의 이름이다. 원래 이런데서 의미심장한 네이밍이 필요한 법. 자칭 ‘프로메테우스’ 를 타고 외계 행성에 도착한 이들은 곧 미지의 생명체와 맞닥뜨리게 된다. 여기서 우주선 이름 밑줄 쫙. 바로 프로메테우스다. 인간에게 불을 선물한 지엄한 존재 (여기서 불은 문화, 문명, 빛, 생산력, 도구사용, 지식, 지혜, 과학 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는데, 신만이 영위할 수 있는 권위를 '인간'에게 전해주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후반부에는 가미카제를 자처하며 또 한번 인류를 구한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히는 그 아저씨는 '무지한 자' 에게 깨달음을 건네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알아차렸을라나.

 

 

 

 

고럼 영화에 깨소금을 더한 존재들을 살펴볼까. 우선 데이빗으로 분한 마이클 파스벤더의 연기는 거의 완벽했다. 그는 로봇치고 굉장히 자주적인 존재인데, 이것이 최대한 사람을 모방하도록 프로그램된 탓인지, 웨이랜드 모종의 음모가 깔려있는 까닭인지 알 수 없다. 완벽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든 문제의 주범이자 영화의 주연이다. 건드리는 것마다 사고를 일으키고, 박사를 감염시키는 원흉이며, 신에게 목이 뜯기는 수모까지 당하지만 악착같이 살아남아 다른 행성을 찾아갈만큼 대책없다. 그는 특히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를 매우 좋아한다. 아라비아인들은 대령을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자>로 불렀다. 그렇다면 이것은 '주체적인 삶' 을 살고싶어하는 데이빗의 심정을 은연중에 암시한 것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데이빗은 자신의 의지를 세우는데 성공한 셈일까? 아닐까? 할러웨이 박사와의 대화에서 모든 자식은 부모가 죽기를 바란다는 대사가 해석을 조금 확실히 해주지 않으려나 생각해본다.

 

 

 

 

다음은 완벽한 몸매의 비커스. 사무적이고 실리적인 아이콘이라 혹시 안드로이드로 밝혀지는게 반전? 아닐까하고 착각했을 정도다. 웨이랜드 회장의 숨겨진 딸이자, 이사이며, 갖고자 하는 것에 매우 적극적이다. 위험으로 판단되면 제 꼬리도 가차없이 잘라내는 도마뱀스러운 여자로, 실제로 감염된 할러웨이 박사를 대면하여 화염방사기로 지져 죽인다. 후에 우주선에 어이없이 깔려죽는게 안타까웠는데, 어디선가 다시 등장한다면 매우 기쁘겠다. 개인적으론 이 여자가 리플리 감인데... 아쉬워서 몇번이나 통탄했다. (그런데 신발에 깔린 개미가 안 죽는것처럼, 고따만큼 커다란 우주선에 왠만한 홈 없으려구??)

 

 

 

 

한편 영화내에서 초월적 캐릭터를 담당하고 있는 쇼 박사. 리플리의 전신으로 '추정' 되는 인물이다. 신이 어째서 인간을 만들었나? 라는 의문을 가지고 줄레줄레 따라온 과학자인데 그 이면에는 불임으로 고통받아온 여자의 애환도 녹아있다. 초반에는 '생명체는 소중하니까' 모드라 짜증이 났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억척스럽게 생존하는 캐릭터가 된다. 특히나 뱃속의 괴생물체를 스스로 제거하는 부분이 단연 압권이다. 데이빗의 간교한 미소와 남자친구의 수상쩍은 죽음과, 비밀많은 웨이랜드 사원들 때문에 뱃속이 우글거리는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뭔가가 있는거 같거든. 일단 살고봐야겠으니 회사에서 가장 비싸다는 장비를 냉큼 이용하고 본다. 이 의료기계 자체가 큰웃음 한번 주는데, 일단 남성용이래^^ 게다가 레이저로 개복하고 스템플러로 오므리는 초간단 시술 :D 정녕...니가 제일 비싼 장비냐? 또한 진통제에 아드레날린 성분도 과다한지, 배를 짼 여자가 그 어떤 사람보다 팔팔하게 뛰어다닌다. 

 

 

 

 

심지어 향후 엔지니어에게 '왜 우리를 만들었냐고' 대들다가 땅바닥에 패대기쳐지기도 하는데, 물론 쌩쌩하다. 안드로이드 데이빗마저 '쇼 박사의 생존본능은 특별한 수준' 이라며 치켜세우기를 마지 않는다. 무론 그녀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찌어찌 외계인 탐사선을 기어나온 것도 대견한데, 굴러다니는 우주선 정도는 가볍사리 피해주고 (우주선 모양이 도넛스러운 까닭은 분명히 마지막에 굴리는 장면찍으려고 그런걸꺼야) 구명정으로 돌아와서는 에일리언 + 엔지니어 키메라를 깔끔하게 처리해준다. 여기서 잠깐 고민했던 점이 에일리언이라는 존재는 숙주가 없으면 못 사는게 아닐까 하는 가저이었고, 한편으로 숙주에게 기생할수록 모습도 닮아가나? 하는 점이었다. 덧붙여 과학이 발전하더라도 도끼는 도끼모양일 때 가장 효율적인 형태로 더이상 나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하튼 마지막에 데이빗 머리끼고 신 찾으러 간다고 설칠 때쯤에는 그 집착과 호기심에 할 말을 잃게된다.

 

 

 

 

개인적으로 호감이었던 캡틴. 이건 다소 과장된 추측이지만 미국이란 땅덩어리가 워낙에 인종차별에 관하여 무던하게 신경쓰는 국가다보니, 영웅단이라던가 탐험대를 만들때 반드시 '흑인' 과 '동양인' 을 포함시키는 기분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그런 구성이었는데 우리 자넥 흑형분. 믿음직스럽게 영화를 든든히 받춰주는 역할을 맡았다. 탐사원 한 명의 목숨을 소중하게 고민하지만, 결국 '대의'가 뭔지 아는 화끈한 성격의 아저씨로 자살테러를 자처하는 용감한 인물이다. 결국, 어어어. 이거 완전 아마겟돈인데... 아마겟돈인데.....헐.. 하고 생각하는 중에 수명이 끝나버렸다. 뻔한 역할이지만 꼭 한 명씩 있어서 우울우울 돋는 내용을 잡아주는 감초같은 조연님??

 

 

 

 

영화는 모호한 결론인데 프로메테우스가 3부작임을 감안할때 이어지는 내용들이 나오리라 예상한다. 해외 사이트를 통해서는 개봉되지 않았던 부분에 늘그막의 외계인 아저씨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한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자. 처음부터 인간을 죽일거였다면 벽화따위는 남기지 않았겠지? 따라서 여러 가설이 등장한다. 먼저 첫번째 가설, 외계인도 늙는다. 불사를 연구하는 중 자신들을 보존하기 위하여, 비슷한 존재인 인간을 창조한다. 초반부에 지구에 와서 자살(?)을 통해 인간의 기원을 만드는 장면이 그것이다. 결국 우리는 엔지니어의 분신 개념. 혹은 인간이 또다시 문화를 꽃피우고 성장한다면 언젠가는 불로불사의 단계를 알아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이런 같잖은 수작을 벌였는지도. 그 정도가 되면 아마 우주선 타고 자기네 쪽으로 올 정도 지능은 되겠지라고 예상하여 그렇게 그림을 그려놓은듯. 그래서 늙은 회장을 발견하는 순간, 니들도 아직 모르냐, 빵 하고 분노폭발한다는 설정이다.

 

 

 

 

또 다른 가설은 인간이 단지 에이리언을 키우기 위한 숙주로 만들어진 유기체일 뿐이라는 것. 에이리언 배양이 너무 과해지다보니 엔지니어 자체가 몰살의 위기를 겪고, 그 숙주가 되는 인간을 몰살하기로 결심한다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쇼가 실험에서 밝혔듯 엔지니어와 인간이 완전히 꼭같은 DNA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짬뽕이다. 죽지않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던 엔지니어들은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유기물(에이리언의 모태)을 발명해내고 좋아라 하면서 이것저것 실험하다가 오히려 이 생명체에게 자리를 내줄 판이 된다. 다급한 마음에 외계인을 저 멀리 지구로 보내면서 DNA를 보존코자 한다. 여기까지는 가장 합리적이지만 문제점은 첫째, 어째서 왜 유기물을 산더미만큼 남겨놓았는가. 둘째, 그럼 왜 인간을 보자마자 목을 뜯어버릴만큼 화를 냈는가다. 어찌됐건 이것저것 생각할 거리도 많고 웃을거리도 많고, 흥미로운 작품으로 여긴다. 향후에 꾸준히 후속편 볼 의향이 있다 :D

 

 

 

 

+ 뽀너스. <에이리언> 시리즈 의 어드메에 <프로메테우스>가 위치해있는지 살펴보자. 

 

A.D 2023년, 웨이랜드 유타니 사가 본격적으로 우주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각종 탐사선과 안드로이드를 생산하기 시작.

2089년, 세계 각처에서 고고학자들이 똑같은 패턴의 그림을 발견하고 인류 기원에 관한 연구에 착수.

2093년, 프로메테우스 호가 신(혹은 창조자)을 찾아 드디어 ZETA 행성에 착륙하게 됨.

2122년, 우주 화물선 노스트로모 호가 우연히 <에이리언> 행성 LV-426에 착륙.

2179년, 유일한 생존자였던 리플리가 동면에서 깨어나지만 웨이랜드 사의 음모로 다시 <에이리언> 행상으로 보내짐.

2381년, 복제된 리플리가 안드로이드 콜(위노나 라이더) 와 정부의 에이리언 실험을 막음.

 

+ 이 영화가 자기 취향이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좋다. 하시는 분들은 체코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플래닛> 도 감상해보시기를. 1973년 작인데 굉장히 멋진 작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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