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채비도 반한 찻집 】 종로구 관훈동



붉은 색깔을 띠는 팥은 예로부터 음기 (귀신, 역신, 잡병) 에 대항하는 음식으로 사랑받아왔다. 동짓날 팥죽 먹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헌데 헐레벌떡 도망가야할 도깨비까지 달려들 정도니, 어지간히 대단한 맛이라고 지혜롭게 비튼 셈이다. 딱딱이나 표찰을 떠올리게 하는 옛스러운 메뉴판은 건강식이라는 요새 컨셉에 충실하다. 맨 뒷장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적혀있길래 차용한다. "경허난 도채비 위하는 음식으로, 대축범벅, 대축 오메기떡이 제일이라. 음식을 또 잘 마련했다고 도채비가 도와주는 것도 아니라고들 해여. 다 팔자에 타고나야 도채비를 어르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거든." 이 이야기는 <멜잡는 도채비> 라는 구승 전설의 일부분이다. 제주도 지방에서는 멜 (멸치) 어장을 꾸릴 때 그 해의 공원이 '도깨비 접대' 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확량이 달라진다고 믿었다. 북유럽 느낌의 단아하고 실용적인 가구들과 뉴트럴톤의 광목천을 써서 전통 양식을 세련되게 해석한 인테리어도 돋보인다. 단정한 분위기다.





팥빙수는 여름내내 먹으러 다닌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을만했다. 팥알이 무르지 않고 탱글하게 살아있는데, 설탕을 담뿍친 달콤함이 아니라 슴슴하게 번지는 달착지근함이다. 같은 단맛이지만 무릇 기품이 돋보인달까. 함께 내어주는 콩가루를 솔솔 뿌려먹으면 고소함까지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양은 조금 적다 싶지만, 팥과 빙수, 견과류와 떡의 양을 고려하면 균형이 잘 잡힌 한 그릇이다. 외할머니께서 전남 광주에서 직접 재배하는 팥을 내려보내면 어머니가 조심조심 쑤고, 아들이 올려낸다. 이른바 3대의 손을 거치는 팥요리다. 전통차 종류도 아주 좋다. 단식을 하다가 오랜만에 먹는 식사라 속을 자극하지 않을 것이 필요했다. 잔 바닥에 매실이 한가득 가라앉아있다. 가격에 상응할만큼 실한데다가, 새콤달콤한 맛도 아주 상큼하다. 모든 메뉴에는 양갱 세 조각과 생밤이 제공된다. 팥의 껍질까지 써서 붉게만든 양갱과 속만 써서 만든 누르스름한 양갱 두 종류가 있는데, 이것역시 달지않은 편이라 입에 착착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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