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눈으로 돌아보려고

  

우리는 공평하게 잘못을 저질렀다. 얼굴을 알아온 시간은 길었지만 실제로 좋은 연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좋은 사람이니까 좋은 연애를 할거라고 쉽게 믿었다. 내가 그 사람을 잘 몰랐듯, 그 사람도 나를 잘 몰랐다. 나는 그저 나를 좋아해주는 남자친구가 너무도 가지고 싶었고, 그 사람도 여자친구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외로웠고, 다른 방식으로 보듬고자 했다. 그는 즉흥적이고 유쾌했으며, (알고보니) 나는 계획적이고 정적이었다. 정반대의 성향은 장점이 될 때도 있었지만, 대개 한 쪽이 불편한 기분으로 마무리되곤 했다. 우리는 그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해보려고 애쓰지 않았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몸을 사렸다.



그런걸 들추어냈다가 괜히 관계가 어그러질까봐 불안한 마음이 컸다. 연애하는 동안 우리는 단 한번도 싸운 적이 없었는데, 덕분에 처음으로 싸운 날이 연인으로서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상대방은 내게 동생으로 좋아하는 마음인지 여자로 좋아하는 마음인지 잘 모르겠다고 털어놓았고. 난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속상하고 자존심이 상해서, 두말없이 오빠동생으로 다시 돌아가자 해버렸다. 그렇게 뜨거웠던 마음인데, 단 몇 초 만에 끝나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억울했다. 나는 내 모든 촉각을 그에게로 곤두세워놓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자체가 서로에게 몹시 피곤한 일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 사람은 나보다 연애경험이 길었고, 나는 그 '경험' 에 많은 것을 걸고 있었다. 조금만 더 이해해주고 먼저 손잡아주길 바랬다. 헤어지자는 말을 몇번이나 취소할까 말까 망설였다. 하지만 가버린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나 역시 '당신' 보다 '내' 마음을 더 먼저 지키고픈 이기주의자 였으니까 결과적으로 생각해보면 잘된 일이다. 이미 깨어진 것이 다시 접붙어질리 없으며, 억지로 잇는대도 보통보다 훨씬 더 약한 상태로 지속되었을거다. 나중에 여자 문제에 관한 복잡한 사정을 들었을 때에는 놀랄 수 밖에 없었고, 내가 제대로 남자친구를 보고있던 것이 맞았나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적어도 지난 연애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파악할 수 있게된 것만으로 큰 수확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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