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원막국수 】 수지구 고기동



음식에 빠져든 것이 대학입학 직후인데, 진정성까지 생각하며 관심을 기울인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작년 여름 무렵이 시작이었으니 얼추 일년 조금 넘긴 셈이다. 내 기준을 갖기 시작하면서, 멋도 모르면서 돌아다녔던 여러 식당을 마음 속 순위로 탁탁 추려내고 정리할 수 있었다. 대개 진정성 있는 사람이 진정성 있는 음식을 만들더라. 간혹 진정성은 있으나 그것을 어떻게 구현해내야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는 분을 만날 때도 있었다.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본인 역시 혀끝만 믿고 나불거리는 수준이었으니 무엇도 알려드릴 수 없었다. 그저 더 나은 가게로 개선되기를 바란다는 마음만 간절했을 뿐이다. 장원막국수가 딱 그런 곳이었다. 처음 방문했을 때가 올 2월달 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시점이었다. 참 좋은 면발을 다른 조연들이 죽이고 있는 형국이라 '면발 괜찮은 막국수'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사진들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설마라고 생각해서 조금 기다렸다.





다시 코끝이 시큰해지는 시즌이 돌아와, 이만하면 적당히 묵혀두었으니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덜컥 다녀왔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상전벽해' 다. 따끈한 녹두전을 먹어볼까 했지만 그때랑 같은 메뉴로 하려고 이번에도 똑같이 수육반접시를 골랐다. 당시는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지방이 너무 많아 트릿하였는데, 요번에는 살코기 비율이 제법 늘어났다. 비계뿐 아니라 연골도 있어 다양한 식감을 즐길 수 있었고, 무엇보다 강렬한 인상의 무짠지 대신 수줍은 열무가 등장했다. 그런데 이 열무 어찌나 맛있던지, 물말아 밥반찬해먹고 싶을 정도로 깔끔했다. 제육이 차갑지 않다보니 느끼함에 좀 취약한 편임에도, 이 쌉쌀아삭한 열무대랑 같이 먹으니 환상의 조합이다. 하지만 잠시 후, 환상의 조합이란 말을 철회해야했는데 이유인즉슨 동치미 물막국수를 먹어서다. 솔직히 메뉴 이야기를 건너들었을 때 어지러운 심정이었다. 선릉의 모처에서 크게 데인 이후로 탄산 가득한 그런 이상한 한그릇과 닮아있을까봐 걱정했다.

 

 



쓸데없는 기우였지, 하모.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자연스러운 정도의 탄산이 배어있다. 그냥도 웅숭 깊은데 끝에 가서 교묘하게 옷차림을 착착 개키는듯 하여 고민해보니 고기국물 맛이 나더라. 여쭤보니 동치미 7 대 한우뼈국물 3 으로 배합하셨다고. 덕분에 아주 경쾌한 인상의 매력적인 동치미 국수가 탄생했다. 누구봐도 맛있어할 물막국수의 원형이다. 비빔막국수의 신세계를 열어젖힌 들막국수는 또 어떻고. 충분히 삶아낸 면발을 들기름과 조선간장으로 조물조물 무침한 뒤, 깨가루로 범벅하였다. 김은 간하지 않은 놈을 직접 공수하여 구워낸 뒤, 숨이 죽지 않도록 가장 마지막에 흩뿌려 주신다. 그야말로 찰진 면발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이 정도 비율의 메밀면에서 함흥냉면같은 쫄깃함을 뽑아낼 수 있다니 감격적이다. 맛에 심취하여 무서운 기세로 싹싹 긁어먹었다. 무엇이 이 가게를 10개월 만에 이토록 각별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단 말인가. 음식 만드는 이의 진정성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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