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연애가 저물고 있는 중입니다


 

일 년이라는 시간동안 당신의 옆자리를 차지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사랑의 기쁨과 즐거움, 달콤함과 쓴맛을 보았고. '잘 맞는' 사람과 '좋은' 사람이 꼭 같지만은 않다는 점을 깨닫기까지 한참이 걸렸습니다. 신기하게도 기억이란 친구는 스스로 세탁을 하나봐요. 얼룩있던 부분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깨끗하고 기분좋은 향기만 남아 잘 개켜진 옷처럼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사실은 나도 잘 알고있어요. 지금은 겁에 질린 새 마냥 집 속에서 바들바들 웅크려 떨고있지만, 다시금 햇빛드는 봄이 오면 밖으로 나와 이리저리 기웃거릴거라는 것. 언젠가는 목청좋게 지저귀고 제 짝을 만나서 행복할 거라는 점. 단지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니 당신 앉아있던 자리가 크게 느껴져 울렁거릴 뿐이지요. 



어쩌면 그렇게도 사심없는 미소를 지을 수 있는지, 홀가분한 표정을 보니 야속해요.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난 당신의 마음가짐 하나하나에 참견하고 싶을만큼 아직 당신이 당연한가봐요. 어떤 친구가 연애란 배터리 같은 소모품이라고 말하더군요.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그 일이 그 일의 반복이고 감정의 낭비일 뿐이라고. 하지만 난 다르게 생각합니다. 나와 어울리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의 순간들이 꼭 필요하다고요. 더 보듬고 아끼고픈 사람을 찾아내는 연습이니까 고생스러워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요. 너무나 좋은 당신하고 헤어지게 되서, 마음이 많이 저려요. 그 기억으로, 다음에는 내게 더 잘 맞는 사람을 찾아내서 반드시 행복해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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